김가영 64강 탈락, 1년4개월 만의 이변 #김가영64강탈락 #LPBA #하림챔피언십
여자 프로당구 무대를 대표해온 김가영이 첫 경기에서 물러났다. 1년 4개월 동안은 당연하게 통과해 온 관문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초반 리드를 잡고도 한 점 차 역전패를 허용한 장면은, 어느새 김가영이 추격자가 아니라 ‘쫓기는 1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 가장 안정적인 이름이었던 간판 스타가 64강에서 발목을 잡히는 장면은 여자 프로당구의 구도가 빠르게 요동치고 있음을 상징한다.
김가영은 11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026시즌 8차 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 LPBA 64강에서 김한길에게 18-19(27이닝)로 패했다.
5-1로 앞선 상황에서 10이닝부터 1-1-3-2 득점으로 13-6까지 달아나며 경기를 완전히 주도했지만, 중반 이후 득점이 끊기며 흐름을 내줬다. 24이닝에서 2-3-1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17-19로 뒤집힌 뒤 마지막 27이닝에 1점을 추가해 18-19까지 따라갔으나, 끝내 동점·역전에는 실패했다.
여자 프로당구 선수 김가영 / PBA
이번 탈락은 숫자로도 의미가 무겁다. 김가영이 개인전 투어 첫판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2024~2025시즌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이후 15개 대회, 약 1년 4개월 만이다. 올 시즌 세 차례 우승으로 시즌 랭킹 1위를 질주해온 김가영에게 64강 탈락은 낯선 단어였다. 5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우승 후 6차 투어에서는 16강, 7차 투어에서는 32강에 그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에서 멈추면서 랭킹 1위 수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김가영의 흔들림만으로 이날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LPBA 강호들이 연달아 무너진 풍경이 더해지며, 여자 프로당구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상이 짙어졌다. 정수빈은 최보람과 19-19(24이닝)까지 맞섰지만 하이런에서 3-5로 밀려 탈락했고, 김상아는 강유진에게 7-25(18이닝)로 완패했다. 사카이 아야코와 김진아 역시 64강에서 짐을 쌌다. 이름값이 보장하던 안전지대가 사라지면서, 관록과 랭킹이 더 이상 승리를 담보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반대로 스롱 피아비, 이미래, 김민아, 김보미, 차유람 등은 차분하게 32강에 합류하며 또 다른 축을 형성했다. 스롱 피아비는 김혜정을 상대로 7이닝까지 공타 없이 18-1을 만들 정도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고, 이미래는 팀 동료 전지우를 25-14로 제압하며 직전 투어 우승 이후 이어지는 흐름을 유지했다. 김민아와 김보미 등도 1점대 애버리지를 올리며 32강에 안착했다. 김가영이 잠시 멈춘 자리를 두고 여러 얼굴들이 동시에 존재감을 넓히는 구도, 바로 그 다층적인 경쟁 구도가 현재 LPBA의 풍경이다.
관록의 최강자가 한 점 차 패배로 주저앉는 장면은 스타의 쇠퇴라기보다, 무대 전체의 수준이 촘촘해졌다는 반증에 가깝다. 김가영은 통산 18회 우승, 올 시즌 3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통해 여전히 최상위권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다만 16강, 32강, 64강으로 이어진 최근 흐름은 랭킹 1위의 무게를 새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점 차 패배가 쌓아온 커리어를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그 한 점의 간격이 앞으로의 시즌에서 김가영이 보여 줄 변화와 반등의 폭을 가늠하게 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대회는 12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남자부 128강과 여자부 32강 일정에 들어갔다. 3차례 우승을 발판으로 정상에 올라 있는 김가영이 이번 충격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따라, 남은 시즌의 분위기와 여자 프로당구의 힘의 균형도 달라질 수 있다. 팬들의 시선은 이미 다음 투어, 다시 큐를 쥘 순간에 맞춰져 있다.